결혼은 현실! 그러나 우리가 결혼하는 이유 - 황만복
패스트푸드같은 사랑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빠르게 만나고 쉽게 헤어지는 사람들이 많다. 한 사람을 만나 평생을 약속하는 일이 무척이나 어려운 시대가 되어버린 것만 같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첫사랑과 결혼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무슨 이유 때문인지 첫사랑과 결혼하는 사람들이 드물다. 요즘 사람들이 생각하는 사랑의 인식도 많이 변한 것 같다. 숯처럼 아주 오래 타는 사랑보다 순간적으로 화려하게 타오르는 폭죽같은 사랑을 원하는 것 같다. 왠지 이 모습이 마치 영양소나 허기만을 채우기 위해 햄과 샐러드를 빵 위에 올려먹는 것 같다.
사람들은 흔히 사랑의 종점을 결혼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는 다르다. 결혼은 종점이 아니라 인생이라는 먼 길로 행하는 기차에 함께 올라타는 일이라 생각한다. 물론 요즘 이혼율이 높아진 것을 보면 꼭 한 기차만 타는 것도 아닌 것 같다. 결혼. 법적으로 남녀가 혼인을 인정받는 일 또는 의식. 결혼에 대해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정착, 가족, 결실.... 글쎄, 정답은 없다. 내가 보기에 결혼은 뿌리는 내리는 일 같다. 두 사람이 하나의 뿌리를 내리고 가족이라는 열매를 피우는 것 같다.
사실 사람은 하늘에 뜬 구름처럼 불안정하다. 바로 내 위에 있는 것 같으면서도 눈을 뗀 순간 다른 곳으로 떠나버리고 없다. 다시말해 딴 사람이 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그것을 보완할 수 있는 것이 결혼이었다. 결혼하고 나면 이제 내 사람, 또는 나 또한 그의 사람. 그런데 요즘에는 그 마저도 틀린 말 같다. 결혼한다고 영원하다는 건 아닌 것 같다. 결혼식 날 주례는 보통 이런 말을 많이 한다. "모진 풍파에도 굴하지 않고, 검은 머리가 파뿌리 될 때까지..." 사실 이 말은 어떠한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며 살아가라, 외로워하는 상대방에게 힘이 되라 라는 말인데, 과연 우리는 결혼할 준비는 되어있는 걸까?
많은 사람들이 결혼하는 이유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사람은 태어나서 학교에 다니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고 결혼도 한다. 그리고 자기와 닮은 아이를 낳고, 다시 그 아이가 학교에 들어간다. 왁스의 『황혼의 문턱』이라는 노래처럼... 우리는 이런 인생의 흐름을 거친다. 물론 이 과정이 무조건적으로 지켜야만 하는 단계는 아니다. 다만 결혼이란 흐르는 강물처럼 인생의 흐름을 따르는 자연적인 순리라는 말을 하고싶다.
사실 오늘날 결혼이 현실이 되어버린 것은 조금씩 변화한 사람들의 인식과 가치관이 원인이다. 사실 사랑이란 하나를 주면 주지 못한 다른 하나를 주지 못해 가슴 저리는 일이다. 그러나 오늘날 이런 짓을 하면 바보소리를 듣는다. 또 하나를 줬으니 다른 하나 이상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결혼하는 이유는 물질이나 수단으로 생각해도 법적인 책임을 지지는 않는다. 또 상대방의 경제력만을 판단하여 맺어진 결혼이 오래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랫동안 맺어진 사랑이 비로소 결실을 맺은 한 남녀의 결혼과 결혼을 수단으로 생각하며 상대방에게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바라는 한 남녀의 결혼 중 어느 쪽이 더 빨리 행복을 찾으며, 그 행복을 가장 오랫동안 이어갈 수 있을까.
ⓒCOPYRIGHT BY 황만복,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