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에도 예의가 필요하다> 청년실업률 속 무기력한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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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인생을 즐길 권리가 있다지금 나는 30대 중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20대는 무엇을 할지, 어떻게 살지 끊임없이 계획했다. 그러나 말 그대로 계획은 계획일 뿐이다. 수많은 계획들 중 실천으로 옮긴 것은 과연 얼마나 될까. 지금 시기에 시간은 정말 소중하다는데, 오히려 나는 그 시간 위에 태평하게 떠다니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청춘'이라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 불안함과 위태로움의 낭떠러지로 떠밀려가고 있다. 전력을 다해 헤엄쳐도 모자랄 판에 여전히 나는 권태로움과 무기력함으로 일관하고 있다. 나도 안다. 이런 짓을 반복하다 보면 30대도 금세 흘러갈 것을. 그리고 40대, 50대도 이런 식으로 지나서, 결국 허무한 죽음에 닿고 말 것을. 우리는 주위로부터 많은 이야기를 들으며 ..
<국제어 시대의 민족어> 국어 잡아먹는 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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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것의 가치'대한민국'이라는 바닷속에는 다양한 언어들이 살고 있었다. 1443년, 글을 읽지 못하는 백성들을 위해 세종대왕께서 만드신 '한글(한국어)'을 기본으로,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 다른 바다에서 넘어온 외래어들이 조화롭게 살고 있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일까. 대한민국 에 살고 있는 한국어의 수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어느 날부터 외래어들이 한국어를 잡아먹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그중에서 가장 먹성 좋기로 소문난 '영어'는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한국어를 보이는 대로 먹어치웠다. 많은 어부들이 영어를 누구나 배워야 하는, 배울 수밖에 없는, 배워야 할 것 같은 언어라고 몸집을 키워주었기 때문이었다. 불과 몇년전에는 한국사교과서를 한국어가 아닌 영어로 만들 계획이라는 풍문이 나돌았다. 대한민국의 ..
<공무도하> 님아, 비겁한 그 강을 건너지 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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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누가 더 비겁한 사람일까세상이 아름답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도 이 말에 동의한다. 애초부터 피어날 것들은 깨끗하지 않은 공간에서도 결국 피어나기 때문이다. 뇌물주고, 뇌물 받고, 때리고, 죽이고, 강탈하고. 이렇게 깨끗하지 못한 것들 속에서도 매일 아침, 새로운 세상이 찾아온다. 그러나 괜찮다. 이것은 '우리' 이야기가 아니라 '누군가'의 이야기니까. 이 비겁한 일과 우리는 아무 상관도 없으니까. 그러나 를 읽고 이 생각은 처음부터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결코 이 비겁한 일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그리고 우리는 건너지 말아야 할 '강'을 건너고 있다는 것을. 사실 우리는 많은 사건에 영향을 주고 있다. 때때로 직접적으로 사건을 발생시키기도 하고, 또는 이미 발생된 사건과 간접적으..
<사고력을 키워주는 논리퍼즐>이 꿈꾸는 행복한 의사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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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2006년 도서 『사고력을 키워주는 논리퍼즐』에 대한 평론으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1사산 왕조의 왕, 샤 리아르는 왕비의 부정을 목격한 후 매일 밤 처녀와 하룻밤을 보내고 그 여인을 처형시키는 기행을 보였다. 이 기행은 3년간 이어졌는데 이 때문에 나라의 처녀들이 씨가 마를 지경이었다. 백성들의 원성이 극심해지자 이때, 재상의 딸인 셰에라자드가 자진하여 왕의 침실로 들어가는데, 그녀는 왕에게 이야기 1개씩 천일밤동안 들려주었다. 이것이 바로 천일야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아라비안 나이트다. 은 바로 이 천일야화의 연장이라는 가상의 구성으로, 논리학과 수학을 기초로 이루어진 퍼즐이다. 제목과 구성을 들어보면 내용이 쉽고 흥미로울 것 같지만, 논리학을 이제 막 배우는 개인적인 ..
<12명의 성난 사람들>을 통해 바라본 진실의 이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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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1957년 영화 『12명의 성난 사람들(12 Angry Men)』에 대한 평론으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1은 어떤 남자가 칼에 찔려 사망한 사건으로부터 시작된다. 유력한 용의자는 놀랍게도 그의 아들. 소년의 나이는 이제 겨우 18살이다. 푹푹 내리쬐는 여름날, 선풍기도 고장 나 찜통 같은 좁은 방에 12명의 배심원들이 모였다. 그들은 이 배심에 대해 각자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었다. 어떤 사람은 이 사건을 흥미로워했고, 반대로 어떤 사람은 야구게임을 보기 위해, 또 어떤 사람은 무더위로 인해 배심을 서둘러 마무리하길 원했다. 그리고 마침내 첫 투표가 시작된다. 유죄 11표, 무죄 1표. 쉽게 결정 날 것 같았던 이 배심은 1개의 무죄표로 인해 좀 더 이야기를 나눠보기로 한다. ..
이방인과 <반두비> 사이의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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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2009년 영화 『반두비(Bandhobi)』에 대한 평론으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1내 고향은 경기도 안산. 편안할 안(安), 뫼 산(山)이라는 지명은 모든 것을 따스히 품을 듯하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곳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아마도 이따금씩 뉴스에 등장하는 '외국인 범죄' 때문일 것이다. 안산에는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살고 있다. 제2의 차이나타운이라고도 불리는 이곳에서 태어난 나는 이주노동자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특히 내가 살던 원곡동에서는 아침이면 그들이 줄을 지어 공장으로 출근하는 모습을, 저녁이 되면 다시 줄을 지어 보금자리로 돌아가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었다. 때문에 낮에는 거리가 휑하니 한산했다. 이런 곳에서 친구로 지낼 수 있는 사람이라고..
<향가 장르의 본질>을 통한 월명사의 정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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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1997년 논문 『향가 장르의 본질 - 사상적 측면을 중심으로』에 대한 평론으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1도솔가는 이일병현의 변괴(하늘에 태양이 두 개가 나타나는 현상)를 없애기 위해 월명사가 지은 향가로, 죽은 누이를 위해 이 향가를 짓자 갑자기 지전이 바람에 날려 사라지고, 미륵보살이 이 향가에 감응하여 동자의 모습으로 현신했다는 등 기이한 기록들이 남아있다. 그러나 이 도솔가를 지은 월명사에 대해서는 자세한 기록을 찾아보기 힘들다. 는 삼국유사 권 25 감통 제7에 등장하는 월명사라는 인물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월명사는 어떤 인물이었을까. 그와 관련된 기록들을 보면, 그는 사천왕대에 살았으며 미타 정토신앙에 기대어 제망매가를 지었다고 한다. 이것으로 볼 때 그가 승려임을 알..
누구도 이해하지 못한 그녀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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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2010년 도서 『하루(현장 비평가가 뽑은 올해의 좋은 소설 2010)』에 대한 평론으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186,400초. 1,440분. 24시간. 1일. 그리고 하루. 누구에게나 동등하게 주어져 있다고 하지만, 각자의 삶에서 하루의 의미는 결코 똑같지 않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누군가는 사람을 살리고, 반대로 누군가는 사람을 해치는 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처럼 세상에 다양한 하루가 있듯이 에 등장하는 주인공 역시 누구보다 특별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녀에게 하루 동안 일어난 사건들을 보면 신은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다는 말을 꺼내지 못할 것 같다. 그녀의 하루에는 마치 누군가가 미리 설계한 것처럼 수많은 트랩들이 설치되어 있다. 2모두가 바쁜 연말, 눈이 내리고 ..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가 말하는 청춘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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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2010년 도서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에 대한 평론으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1세상의 그 어떤 것들 중 살아있는 것보다 소중한 것이 있을까. 아무리 부유하고 명예로워도 살아있지 않으면 잊히기 마련이다. 정신도 마찬가지다. 살아있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나는 정신이 살아있는 것을 청춘이라 부른다. 청춘은 우리의 정신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어쩌면 꿈도, 열정도 청춘에서 비롯된 것 같다. 청춘은 우리에게 많은 경험을 제공하고 설레게 한다. 그래서 청춘이 없는 사람은 이파리 하나 없는 나무처럼 권태롭고 무기력하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젊었을 때, 건강에 소홀하듯이 청춘 또한 제대로 살피지 않는다. 청춘은 젊은 사람들의 특권이지만 학업, 취업 등 정해진 테두리 안..
논리가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퍼즐과 함께하는 즐거운 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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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2013년 도서 『퍼즐과 함께하는 즐거운 논리』에 대한 평론으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1나는 논리가 어려웠다. 단순히 어려운 것이 아니라 '논리'라는 단어, 그 자체에 거리감이 있었다.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말을 하고, 글을 쓰는 일은 학벌 좋은 지식인들에게만 국한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 주장이 논리적이지 않을 것 같아 타인과의 무게감 있는 대화를 피한 적도 있었다. 어째서 논리를 그렇게 어려워했을까. 그것은 바로 논리가 일반인이 배우기 어려운 학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논리를 지식으로 착각한 것이다. 지식이란 누적된 학습이 근간이지만, 논리란 만물과 만물사이에 발생하는 모든 관계다. 말 그대로 지식은 많이 배운 사람들의 이야기보따리 같은 것이지만, 논리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