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교사가 갖춰야 할 조건(The Conditions of Korean Teachers) - 황만복
지난달 28일 대구대 국제학부 국제한국어교육과에서 대학생 6명이 태국 고등학교 선생님으로 파견되었다. 대학생 글로벌 현장학습으로 떠나 2월말까지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친다. 복귀 후에는 본격적으로 태국현지에서 다년간 근무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 밖에 초원 지역아동센터, 청도 다문화지원센터에서는 다문화가정 아이들과 결혼이주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국어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또한 최근에 한국어 교육에 대한 많은 관심과 활동들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 한국어 교육을 받는 다문화가정 아이들의 어려움도 드러나고 있다. 얼마 전 한국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는 다문화가정 아이들 중 10명 4명이 학교를 포기한다는 기사가 있었다. 학교를 뛰쳐나간 학생들 중 일부는 공장이나 거리로 나가는데 이것은 사회적인 문제의 불씨로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또, 다문화가정 아이들 중 6,000여명에게 조사한바 한국어 수업이 이해되는 학생은 불과 24%뿐이라는 통계가 나왔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이렇게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학교를 떠나는 이유는 학교생활을 하는 과정에서 학우들과 언어 장벽에 부딪혀 적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다문화가정의 이혼율이 79%에 달한다는 통계로 볼 때 불안한 가정환경으로 인한 아이들의 학습환경이 극히 열악하다는 것을 나타낸다. 따라서 한국어 교사는 이에 대해 더욱 세밀한 관심과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1. 다른 문화에 대한 열린 자세
한국어 교사는 타문화에 대한 열린 자세가 필요하며, 편견이나 선입견 없는 자세를 취해야 한다. 한국 문화가 타문화보다 우월하다, 열악하다는 생각을 적절하지 않다. 문화 간 차이에 대한 너그러운 이해와 이를 바탕으로 균형감이 있어야 한다. 언어는 문화와 함께 배우는 것이다. 따라서 목표어 문화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가 학습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목표어 문화란 한국어 습득 과정에서 한국어의 구조와 사용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한국인들의 생활양식과 문화를 함께 배우는 것을 뜻한다. 교사에게서 받아드리는 지식과 태도가 학습자에게 한국에 대한 가치관, 태도형성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2. 특수한 형편의 학습자에 대한 배려
해외 입양, 인종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학습자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다양한 국가로부터 다양한 배경을 가진 학습자들이 늘고있는 추세다. 어떤 배경에 대한 언급은 학습자가 민감하게 반응을 보일 수 있다. 따라서 이에 대한 언급을 자제해야 한다. 대학, 대학원 진학, 취업 등 다양한 학습동기를 가진 학습자에 대한 노력과 배려를 해야한다. 국내에서도 많은 학생들이 취업을 하기위해 자격증을 취득하려고 하듯이, 이를 위해 어렵게 한국어를 배우려는 학생들이 많다. 그들을 위한 배려가 필요하다.
3. 치밀한 학생 관리
한국어교사는 수업 중 학습과정에 대한 긴밀한 배려가 필요하다. 학생들의 표정, 몸짓 하나에도 관심을 갖고, 특히 교우관계에도 관심을 보여야 한다. 교실 밖에서의 학생 생활에 대한 관리도 필요하다. 결석, 조퇴 등 학생 생활에 대한 관심이 중요하다. 교사는 학생들이 걷는 길목에 놓인 안내판과 조력자와 같다. 학생을 소유한다는 생각이 아닌, 올바른 길로 안내하는 조력자로서 명분을 다해야 한다.
4. 편애는 금물
특정 학생에 대한 편애를 삼가해야 한다. 학습자들은 많은 시간과 돈, 노력을 투자하여 한국어를 배운다. 그런데 교사가 몇몇 학생만을 편애한다면 많은 학생들의 학습동기가 현저히 떨어지는 결과를 낳는다. 또한 이것은 학우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부진한 학습자에 대한 세심한 배려도 필요하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학습자들이 학습 결과에 따라 다양한 차이를 보일 수 있다. 이에대해 큰 관심을 갖고 교사로서 세밀한 배려를 보인다면 좋은 학습배경을 만들 수 있다.
5. 한국어교사로서 자부심과 긍지
한국어교사는 언어만을 가리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관련 지식에 대한 깊이있는 이해와 연마가 필요하다. 한국어교사는 한국을 알리는 민간 외교사절이다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학생들이 질문을 할 경우 언제든지 답변을 할 수 있는 지식을 갖춰야 하며, 어떤 상황에서든 자신감을 갖출 수 있어야 한다. 자부심과 긍지를 갖는 마음자세 또한 필요하다. 아직 한국어교육은 기관이나 체계에 있어 미흡한 부분이 많다. 하지만 이를 부끄럽게 여기지 말고, 다음 후배들에게 좋은 여건을 만들어준다는 자부심과 긍지가 필요하다. 또한, 한국, 한국어, 한국문화에 대한 긍정적인 가치관과 태도를 함양해야한다. 학습자는 교사의 한국어 능력뿐만 아니라 한국에 대한 가치관과 태도가 흡수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깨닫고 교사 스스로 긍정적인 가치관과 태도를 함양해야 한다.
6. 새로운 교육 방법에 대한 고민과 노력
효과적인 교수 · 학습활동을 이루어낼 수 있도록 연구하고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매체, 교구, 교재 등 다양한 시도를 한다면 좋은 학습배경이 될 수 있다. 교사와 학습자 간의 상호만족을 목표로 교육을 구성해야한다. 교사와 학습자 간 가장 중요한 덕목은 신뢰다. 따라서 신뢰할 수 있을만큼 학문적인 소양과 교수법 등에 대해 전문가적인 위치에 서야 한다. 실시하고 있는 강의의 효율과 적합성 등을 늘 고민하고 성찰해야한다. 변화하는 시대에 따라 학습자나 학습자의 배경도 끊임없이 변화하기 때문이다.
7. 인내심과 순발력
학습자가 말을 할 때까지 기다릴 줄 아는 인내심과 학습자의 반응에 순발력있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인내심인데, 교사는 학습자의 조력자로서 학습자 스스로 입을 열고 학습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한다. 또한 성공적인 과제를 수행할 시 적절한 보상을 하여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 한국어교사는 학습자가 자신감을 가지고 언어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전체 수업의 목표를 달성하는데 방해가 되지 않는 범위에서 학습자의 일탈을 통제할 수 있는 순발력이 필요하다. 예를들면 떠들고 있는 학습자가 있다면, '수업에 대한 토론은 잠시 뒤에 하겠으니 조금만 더 집중해주세요' 등으로 분위기를 집중시킨다.
8. 소명의식
평생직장이라는 개념보다 평생 직업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조금 다른 예지만 안철수 교수는 의대진학 - 의사 - IT연구가 - 교수 - 지금은 정치까지 할 의사를 밝히고 있는데, 평생 직업의 면모를 보여준 케이스가 아닐까한다. 가르치기 전 한국어교육자로서 자격을 갖추고 있는지 점검하고 자질과 소양을 길러야 한다. 교사가 학습자에게 큰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에 유념하며 확고한 소명의식을 갖고 교육에 임해야 한다. 소명의식이란, 자신의 분야에 지식을 쌓고 탐구하고자 하는 정신을 말한다. 그런데 이와 더불어 천직의식도 중요한데, 천직의식이란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하늘이 준, 또 마땅히 내가 해야할 일이라는 생각을 하는 정신을 말한다.
ⓒ글 황만복, 2011
ⓒ사진 강애리,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