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황만복 입니다.
슬라우 공업단지에서 지옥파티 초대장을 태우다가 에픽아이템 대신 스토리북을 먹게 되었습니다.(짜증나...) 스토리북은 던전앤파이터의 스토리들 중에서도 숨겨진 히든 스토리라고 생각하시면 되는데요. 오늘 제가 얻게 된 스토리북은 바로 '천계에 부는 바람 2' 입니다.
우선적으로 대사 내용을 적어드리고 아래에는 사진들을 나열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로 스토리북은 소모하시게 되면 퀘스트가 생기고, 인벤토리 - 스토리북에서 다시 내용을 확인해보실 수 있습니다. 그럼 바로 던전앤파이터 스토리북 - 천계에 부는 바람 2 내용을 살펴볼까요?
책 : 벨드런 사후 열닷새째가 되는 날. 잭터는 수행원도 모두 물리친 채 한 소녀의 방을 찾아 정중히 노크했다.
잭터 2 : 에르제 님. 잭터 에를록스입니다. 들어가도 괜찮으시겠습니까?
책 : 깊은 고동색의 문이 조용히 열렸다. 키가 큰 장군의 허리에 겨우 닿을까 싶은 작은 소녀가 '긴장된 표정'의 훌륭한 견본을 보여주는 얼굴로 목이 꺾어져라 올려보았다.
에르제 : 안녕하세요. 장군님. 오늘은 총 연습 안 하시나요?
잭터 : 하도 많이 싸댔더니 손가락에 쥐가 내려서 말입니다. 4가끔은 쉬어줘야겠더군요.
책 : 에르제는 진심으로 놀랐다.
에르제 : 네? 손가락에 쥐가 와요? 쥐는 총을 좋아해요? 5
잭터 : 하하. 그 쥐가 아니라 근육이 갑자기 당겨져서 움직이지 못하고 아플 때 그렇게 말하는 겁니다.
잭터 : 벨드런 님이 돌아가신 후 힘들지 않으실까 해서 찾아왔습니다. 괜찮으신지요?
에르제 : ······집에 가고 싶어요.
책 : 어린아이가 슬픔을 감출 때 으레 7그러듯 하얗게 굳어버린 목소리였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가슴에 맺힌 것이 풀리지 않았는지 에르제는 주저하면서도 한 마디를 덧붙였다.
에르제 : 여긴 무서워요.
잭터 : 그렇지요. 저도 집에 가고 싶을 때가 많습니다.
에르제 : 아저씨··· 아니, 장군님 집은 어디에 있어요?
잭터 : 제 집은 웨스피스에 있습니다. 못 간 지 한참 됐군요.
에르제 : 왜요?
책 : 잭터는 어린아이에게 말해도 될지 잠시 고민했지만, 그냥 성격대로 툭 터놓고 얘기하기로 했다.
잭터 : 황도로 올 때 같이 가자고 했는데 고향을 떠나기 싫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아내와 딸을 두고 왔지요. 많이 후회됩니다.
에르제 : 음··· 장군님은 제일 높은 장군님이니까 병사들한테 데리고 와달라고 하면 되잖아요?
잭터 : 그럼 좋겠군요. 하지만 전쟁이 막 끝났는데 제 가족 때문에 병사를 무리하게 움직일 수야 없지요. 병사들도 지쳤으니 집에 가서 쉬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에르제 : 좋겠다. 저도 집에 돌아가고 싶어요.
잭터 : 에르제 님이 이곳에 오신 지 얼마나 되었지요? 반년 좀 됐나요? 가족이 많이 보고 싶으시겠습니다.
에르제 : 네··· 근데 안 보내줄 거죠? 저는 여기에 있어야 한다고 엄마가 그랬어요.
잭터 : 그렇습니다.
책 : 잭터는 딱히 무겁게 말하지 않았다. 굳이 그러지 않아도 어린 소녀는 충분히 무겁게 받아들일 것이다.
에르제 : 그리고 알고 있었어요. 제가 이곳에 오게 될 거라는 거··· 왠지는 잘 모르겠는데요. 알고는 있었어요. 혼자 큰 방에 앉아 있게 될 거라는 거···
잭터 : 혼자는 아닙니다. 모두가 곁에 있어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에르제 : 네에···
책 : 에르제가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이미 그런 겉치레 위로는 지겹도록 들은 터였다. 그러나 잭터의 말은 끝난 것이 아니었다.
잭터 :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힘든 것이 힘들지 않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슬픔과 외로움은 당연한 것입니다. 그렇지만 아직은 슬플 때 울고, 기쁠 때 웃어도 괜찮습니다.
에르제 : 아직은?
잭터 : 나중에는 기쁠 때 울고, 슬플 때 웃어야 하는 일도 생길 겁니다. 지도자의 자리는 언제나 고독해서 가면을 쓰지 않으면 산산조각이 나고 말지요.
에르제 : 그런 거 싫어요.
잭터 : 저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 현실을 바꿀 힘이 제게는 없습니다.
책 : 잭터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 이 말을 어린아이에게 해도 되는 것인가··· 제정신이라면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잭터는 에르제의 총명함과, 이 소녀를 후계자로 선정한 벨드런을 믿기로 했다.
잭터 : 최고 사제라는 자리는 무척 불안합니다. 이 황국의 중심으로 떠받들어지면서도 황제는 아니며 실질적인 힘도 없습니다.
잭터 : 그런데도 언제나 의심받고, 남이 필요할 때만 책임자의 책무를 이행해야 합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그게 당신이 짊어질 짐입니다.
에르제 : ······
잭터 : 당신을 두고 허수아비, 혹은 꼭두각시라고 부르는 자가 얼마든지 나올 것입니다. 하지만 에르제 님. 그들의 말을 모두 무시하십시오. 그리고 그들이 부려먹기 쉬운 최고 사제가 아니라 황제가 되도록 하십시오.
에르제 : 황제요?
책 : 천계에서는 듣기 어려운 단어였기에 영민한 에르제도 그저 눈을 깜빡이는 수밖에 없었다. 잭터는 힘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잭터 : 이 나라는 모래로 쌓은 성처럼 쉽사리 무너질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귀족의 세력은 지나치게 크며, 권력은 분산되어 있습니다. 이래서야 바칼처럼 강력한 적이 나타나면 금방 흩어지고 맙니다.
잭터 : 그렇게 되면 당신이 사랑하는 가족이나 친구들은 모두 죽어버리겠지요. 그 전에 이 나라를 하나로 결속하여 단단하게 뭉쳐주십시오. 당신이 그렇게 하겠다고 하시면 도와드리겠습니다.
에르제 : 아··· 잘 모르겠어요. 아저씨가 하시면 되지 않나요?
책 : 겁먹은 에르제의 애원 같은 물음이었으나 잭터는 고개를 저었다.
잭터 : 저는 안됩니다. 저의 사고는 전투로 굳어진 지 모래고, 타인을 적과 아군의 이분법으로 구분하는 것이 너무 자연스러워졌습니다.
잭터 : 게다가 저는 군인입니다. 제가 지배자의 자리에 오르면··· 뭐, 갈아엎기는 쉽겠습니다만 좋지 않은 선례가 생기고 맙니다. 누구나 힘으로 이 나라를 뒤엎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겠지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에르제 : 뭔데요?
잭터 : 저는 귀찮은 게 딱 질색이라서요. 업무 마치면 바다도 보고, 술도 좀 마시고, 친구와 이야기도 해야하거든요. 황제는 그걸 못 해요.
책 : 앞서 열거한 다른 이유보다 노는 게 더 중요하다는 듯한 잭터의 말투에 에르제가 킥킥거리며 웃었다.
에르제 : 에에··· 저도 노는 게 좋은데.
잭터 : 물론 에르제 님도 적당한 사람 잡아다가 자리에 앉히고 도망가 버려도 되겠지요. 그렇게 하고 싶으십니까?
책 : 에르제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열심히 생각하더니 혀를 삐쭉 내밀며 웃었다.
에르제 : 제가 떠나버리면 다른 사람이 이 넓은 방에 떨고 있어야 하죠? 그건 싫어요. 그리고 또··· 아저씨가, 아차, 장군님이 이 나라에서 제일 세죠?
잭터 : 어쩌다보니, 네.
에르제 : 장군님이 도와주신다고 했으니 해볼게요. 이 나라가 위험해지면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도 다칠 테니까··· 나쁜 사람이 착한 사람들을 괴롭히지 못하게 할게요.
에르제 : 근데 황제가 뭐예요? 최고 사제 친구예요?
잭터 : 옛날에 그런 게 있었다고 하더군요. 신과 사람을 잇는 자가 최고 사제라면, 사람들을 하나로 뭉쳐 강력하게 이끄는 사람이 황제라고 합니다. 우리나라 이름에 '황국'이 붙는 것도 옛날에는 있었기 때문이라고 하고요.
에르제 : 그건 좀 무서운데··· 황제 말고는 없나요? 그 아래거.
책 : 에르제의 진심 섞인 투정에 잭터의 말문이 막혔다. '황제의 아랫자리? 그게 뭐지?' 그 역시 황제라는 개념이 낯선 천계인이었다.
잭터 : 음··· 황제 아래면 황녀 정도인가요.
에르제 : 그럼 저 황녀할래요.
잭터 : 하지만 황녀는 황제의 딸일 텐데요··· 뭐, 황제의 자리는 성장하신 후에 오르셔도 되겠군요. 어차피 이 나라는 이름은 황국인 주제에 황제는 없었으니까 성인이 되기 전 과정이라고 말해두면 되겠습니다.
책 : '벨드런이 살아있다면 그게 뭐냐며 웃어 넘어갔겠지.' 잭터는 갑작스레 사무치는 그리움을 아무렇지도 않게 떨쳐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잭터 : 그럼 수락하신 걸로 알고 가보겠습니다.
잭터 : 그러고 싶습니다만 제 일을 대신 해줄 사람이 없어서요. 나중에 소개 좀 시켜주십시오.
책 : 물러가기 전에 경례를 하는 잭터를 어설프게 따라하던 에르제는 그가 방문을 열기 전에 퍼뜩 생각났다는 듯 쪼르르 달려가 그의 군복을 잡아당겼다. 그리곤 무릎을 꿇은 잭터의 귀에 소곤거렸다.
에르제 : 있잖아요. 제가 황녀가 되면 장군님의 딸도 찾아줄 수 있겠죠? 그럼 저랑 친구 해달라고 하면 안돼요?
잭터 : 제 딸은 에르제 님보다 나이가 많은데요. 어린애끼리 노는 건 상관 없지만 언니 노릇을 하려고 들 겁니다.
에르제 : 와아, 저 언니 갖고 싶었어요. 제 언니 해주면 안 돼요?
책 : 천진난만한 에르제의 말에 잭터가 콧방귀를 뀌었다.
잭터 : 제 딸이 황녀의 언니면 저는 뭐가 됩니까. 자꾸 그런 식으로 함정 파지 마시죠. 안 그래도 밖에 나가면 죽을 맛입니다. 9
에르제 : 에··· 치사해.
잭터 : 어른은 원래 그렇죠. 그리고 어린애는 심심하다고 자꾸 찬 바람 쐬지 말고 얌전히 계십시오. 황제든 황녀든. 즉위식에서 코 찔찔거리는 주군을 모시고 싶지 않으니까.
천계에 부는 바람 2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