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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MC 강호동이 떠났다 : 방향감을 상실한 키보드 - 황만복
강호동이 떠났다. 그는 버라이어티에서 알아주는 TOP 클래스였다. 씨름선수에서 개그맨으로, 개그맨에서 최고의 MC까지 그는 적지않은 시간을 거쳤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보여주었던 그의 승부사로 그는 조금씩 최고의 자리로 올라왔던 것 같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는 그 정상에서 미끄러지고 말았다. 최고의 자리에서, 최고의 순간에서 그는 나락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씨름선수였을 때, 천하장사를 거머쥐고 은퇴를 하던 그의 모습은 박수칠 때 떠날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때 당시 사람들은 의아해하고 왜 그가 씨름계에서 은퇴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그는 당당히 개그맨으로 전직하였고 사람들은 훗날 그의 선택이 옳았다. 누군가는 평생 직업의 표본으로 그를 손꼽기도 하였다. 그랬던 그가 박수칠 때 떠나지 못하고 나락으로 떨어져버렸다는 것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충격에 빠지기도 하였다. 그런데 참으로 아이러니 한 일이다. 그를 벼랑으로 밀어낸 것은 바로 그 충격에 빠졌던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강호동이 늘상 유행어마냥 외쳤던 말이 무엇일까?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마치 링컨처럼 그는 외쳤다. 그는 국민을 믿었고, 국민을 위해서 존재했다. 물론 그가 받던 고액의 출연료도 국민에 의해 지급되는 거였다. 마치 그의 모습은 한 명의 정치꾼 같았다. 늘 국민을 외쳤고, 국민의 돈과 관심을 등에 업고 살아가고 있었다. 강호동과 같은 연예인들은 유명해질수록 TV속에서 나오는 시간이 더욱더 길어졌고, 그것은 그들이 마치 내 옆집에 살 것 같은 친숙한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사람들의 마음은 늘 한결같지 않았다. 정치꾼을 욕하듯 그들의 재산과 작은 치부조차 드러내고 싶었고, 작은 어두운 면 한 면으로 그들이 흔히 말하는 이 바닥에서 영원히 사라지게 만들 수 있었다.
박수칠 때 떠나지 못한 강호동을 위해 그가 있었던 프로그램은 그에게 최대한 박수를 쳐주고 있다. 그렇게 해서라도 그가 아름답게 떠나갔음을, 그러니 자신의 프로그램은 아무 문제 없다는 듯이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다. 하지만 그게 쉬워 보이지는 않아 보인다. 강호동이 가지고 있는 덩치도 그런 영향이 있겠지만, 익숙한 것으로부터의 해방은 낯설음 이상으로 두려움까지 느껴진다.
수많은 사람들의 눈, 그리고 강호동의 작은 치부가 합쳐 사회적 이슈를 만들었다. 국민 MC의 퇴보. 이것은 아마 며칠간 더 지속될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복귀를 기원하고 있고, 그만큼의 많은 사람들이 그의 완전한 퇴보를 기원하고 있다. 사람들이 모두 좋은 시선을 가졌으면 좋겠다. 혹은 사람들의 시선이 긍정적으로 변하고 하나의 시선으로 모였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이도 있겠지만, 그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수많은 배경과 생각과 철학을 가진 사람들의 시선을 하나로 통일하기도 어렵고 또 무조건적으로 그들의 생각이 어린 시각과 철없는 시각으로 바라봐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그것이 어른이 가진 무서운 힘이고, 어른이 가진 하나의 다양성이다. 물론 그 전에 연예인과 같은 공인은 그 사람들의 배경과 생각에 큰 영향을 끼치므로 조심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어느날부터 여론은 키보드가 되어 방향감을 잃은 채 입력되고 있다. 그것이 누구를 죽이고 있거나 혹은 누구를 살릴지 모르겠지만, 그 대상이 하나의 여파, 하나의 이슈가 되는 것은 사실이다. 마치 실시간 검색어처럼.
ⓒWRITTEN BY HWANG MANBOK,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