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graph By 강애리, 2012
"어제 저녁에 뭐 먹었어?"
"라면"
"또?"
많은 자취생들이 자주 먹는 음식을 손에 꼽으면 당연 '라면'을 뺄 수 없다. 간편하고 빠르게 조리할 수 있어 인스턴트계의 음식 중 단연 최고로 꼽힌다. 물론 맛도 좋다. 이 글을 쓰는 나 역시 주변에서 좋아하는 음식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늘 라면이라도 답한다. (이 글을 보고 계시는 라면 회사 관계자 여러분, 라면 협찬 부탁드립니다. 맛있게 먹을 자신 있습니다!) 그런데 대학시절 주변 친구들을 보면 라면을 먹고 싶지 않지만 먹을 게 없어서 라면을 먹는 친구들도 간혹 볼 수 있었다. 왜 하필 다른 음식도 아니고 라면일까?
물가는 한 번 오르면 내려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특히나 외식 쪽은 더욱 심하다. 예전에는 배가 고파서 자장면만 먹고 시합에 나갔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개인적으로 요즘에는 매일 자장면 먹고 시합에 나갈 정도면 나름 벌어둔 돈이 있거나 서포트를 잘 받는 선수라고 생각한다. 자장면, 짬뽕 등 중화요리 가격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양파 가격이 올라서, 밀가루 가격이 올라서, 감자 가격이 올라서 등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는데, 막상 생각해보면 월급 빼고 다 오르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2007년 3,500원~4,000원 하던 자장면 값이 5,000원~6,000원으로 오른 것으로 보아 이젠 자장면도 싼 맛에 먹기 힘든 음식이다.
식재료를 구입해서 직접 요리해 먹으면 되지 않을까? 하지만 이 역시도 쉬운 일이 아니다. 현재 기준으로 20kg 쌀 가격이 4만원을 훌쩍 넘고 있고, 쌀뿐만 아니라 다른 재료들도 마음놓고 구입하기가 만만치가 않다. 감자, 밀가루, 소시지, 통조림 등의 가격들도 죄다 올랐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생활비가 빠듯한 대학생들이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기도, 또는 휴학해서 한 두 학기정도는 공장에서 일을 하다가 복학하는 경우가 많다. 흔하지 않지만 가끔 대부업에 대출을 하는 친구들도 간혹 보인다. '하고 싶은 거 하세요', '꿈을 이루세요', '취업보다 중요한 게 대학생활이에요' 등 한 회당 몇 백만원씩 받은 MC, 강사들의 말들이 간혹 멍멍이 소리처럼 들리기도 한다.
사실 먹는 것만 문제가 아니다. 막상 자취해야 할 방들의 임대료도 만만치 않다. 군산대학교 기준으로 학교에 가까운 정면에 방을 구할 경우 1년 임대료가 300~350만 원은 기본이다. 외지고 캄캄한 곳은 그나마 230~300만 원 정도다. 힘겹게 방을 구했다 하더라도 각종 관리비와 전기세 등을 스스로 해결하기 여간 쉽지 않다. 따라서 아르바이트는 물론, 부모님의 손을 빌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렇다보니 대학이 연구와 교육의 장이 아닌 취업의 장으로 변해버린 것만 같다.
아직까지도 인문학에서는 연구, 교육 등의 이야기만을 하기 바쁘다. 인문학 졸업생들이 취업이 안되는 사례를 마치 당연하듯 바라본다. 힘들게 4년을 버티며 배운 학생이라도 막상 이력서를 적어내려가기 힘이 든다. 남은 건 4년제 나왔다는 자부심인데 취업을 위해 에베레스트도 올라가는 요즘 세상에서 그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다. 따라서 요구 학력이 자신의 학력보다 낮은 곳에 지원하는 사람들이 넘는다는 기사도 있었다. 많은 대학에서 취업이 되지 않으면 손가락질을 받는다.
국립대 또한 평가를 잘 받기 위해 학생들이 취업을 했는 지 알아보기 급급하다. 취업을 도와주지 않았지만, 취업을 해서 학교 평가를 떨어뜨리지 말아주렴하고 떼를 쓰는 것만 같다. 물론 취업을 위한 방도는 힘이 들고 돈이 든다. 말 그대로 아는 곳에 꽂아달라는 말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청춘도 즐기도, 학점도 신경 쓰고, 취업도 즉각 되는 사람이 되라라고 욕심을 갖는 건 좀처럼 이해가 되지 않는다. 청춘도 즐기려면 지갑이 두둑해야 한다. 물론 누구의 탓이라고 이야기하기 어렵다. 다만 걱정이 된다. 돈으로 인해 소중하고 고결한 무엇인가를 빼앗길까 그것이 두렵다.
ⓒWritten By 황만복, 2012
hwangmanbok@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