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가 장르의 본질>을 통한 월명사의 정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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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1997년 논문 『향가 장르의 본질 - 사상적 측면을 중심으로』에 대한 평론으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1도솔가는 이일병현의 변괴(하늘에 태양이 두 개가 나타나는 현상)를 없애기 위해 월명사가 지은 향가로, 죽은 누이를 위해 이 향가를 짓자 갑자기 지전이 바람에 날려 사라지고, 미륵보살이 이 향가에 감응하여 동자의 모습으로 현신했다는 등 기이한 기록들이 남아있다. 그러나 이 도솔가를 지은 월명사에 대해서는 자세한 기록을 찾아보기 힘들다. 는 삼국유사 권 25 감통 제7에 등장하는 월명사라는 인물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월명사는 어떤 인물이었을까. 그와 관련된 기록들을 보면, 그는 사천왕대에 살았으며 미타 정토신앙에 기대어 제망매가를 지었다고 한다. 이것으로 볼 때 그가 승려임을 알..
누구도 이해하지 못한 그녀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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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2010년 도서 『하루(현장 비평가가 뽑은 올해의 좋은 소설 2010)』에 대한 평론으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186,400초. 1,440분. 24시간. 1일. 그리고 하루. 누구에게나 동등하게 주어져 있다고 하지만, 각자의 삶에서 하루의 의미는 결코 똑같지 않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누군가는 사람을 살리고, 반대로 누군가는 사람을 해치는 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처럼 세상에 다양한 하루가 있듯이 에 등장하는 주인공 역시 누구보다 특별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녀에게 하루 동안 일어난 사건들을 보면 신은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다는 말을 꺼내지 못할 것 같다. 그녀의 하루에는 마치 누군가가 미리 설계한 것처럼 수많은 트랩들이 설치되어 있다. 2모두가 바쁜 연말, 눈이 내리고 ..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가 말하는 청춘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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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2010년 도서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에 대한 평론으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1세상의 그 어떤 것들 중 살아있는 것보다 소중한 것이 있을까. 아무리 부유하고 명예로워도 살아있지 않으면 잊히기 마련이다. 정신도 마찬가지다. 살아있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나는 정신이 살아있는 것을 청춘이라 부른다. 청춘은 우리의 정신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어쩌면 꿈도, 열정도 청춘에서 비롯된 것 같다. 청춘은 우리에게 많은 경험을 제공하고 설레게 한다. 그래서 청춘이 없는 사람은 이파리 하나 없는 나무처럼 권태롭고 무기력하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젊었을 때, 건강에 소홀하듯이 청춘 또한 제대로 살피지 않는다. 청춘은 젊은 사람들의 특권이지만 학업, 취업 등 정해진 테두리 안..
논리가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퍼즐과 함께하는 즐거운 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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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2013년 도서 『퍼즐과 함께하는 즐거운 논리』에 대한 평론으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1나는 논리가 어려웠다. 단순히 어려운 것이 아니라 '논리'라는 단어, 그 자체에 거리감이 있었다.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말을 하고, 글을 쓰는 일은 학벌 좋은 지식인들에게만 국한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 주장이 논리적이지 않을 것 같아 타인과의 무게감 있는 대화를 피한 적도 있었다. 어째서 논리를 그렇게 어려워했을까. 그것은 바로 논리가 일반인이 배우기 어려운 학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논리를 지식으로 착각한 것이다. 지식이란 누적된 학습이 근간이지만, 논리란 만물과 만물사이에 발생하는 모든 관계다. 말 그대로 지식은 많이 배운 사람들의 이야기보따리 같은 것이지만, 논리란..
<물의 무덤>에서 깨어난 검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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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2010년 도서 『물의 무덤(현장 비평가가 뽑은 올해의 좋은 소설 2010)』에 대한 평론으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1누구나 반복되는 일상 속에 살고 있다. 때때로 일탈을 꿈꾸더라도 결국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기 마련이다. 마치 멈출 수 없는 계절의 순환처럼 우리의 결말은 이미 정해져 있다. 에 등장하는 주인공 또한 마찬가지다. 그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습관처럼 어머니의 요강을 비운다. 그런데 어느 날, 요강을 비우고 양치질을 하는데 갑자기 사랑니 하나가 '툭'하고 빠져버렸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작은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그리고 이 사건은 그의 평범한 삶에 큰 변화를 가져다준다. 사실 그의 하루는 결코 평범하지 않다. 사랑니가 빠진 일 외에도 누군가 자신의 자동차 사이드미러를..
<안녕, 인공존재!> 나는 어떤 존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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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2010년 도서 『안녕, 인공존재!(2010 제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에 대한 평론으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1이경수와 신우정은 절친했다. 그냥 절친한 사이가 아니라 주변 사람들이 불륜으로 오해할 정도였다. 그러나 신우정의 남편은 이경수와 친했고, 이경수의 부인 역시, 신우정을 언니라고 부르며 따를 만큼 서로의 배우자들도 둘의 사이를 이해했다. 그럼에도 정작 두 사람은 주변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다만 신우정이 자살한 후, 그녀의 남편이 이경수에게 그 이유를 물어봤을 만큼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2는 발명가였던  신우정이 자살한 후, 그녀의 유작이 이경수에게 전해지면서부터 시작한다. 그녀가 남긴 작품은 전원 공급장치가 달..
과연 <인종주의는 본성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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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2011년 도서 『인종주의는 본성인가』에 대한 평론으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1인종이란 단어는 어디에서 왔을까. 정말 인종이라는 것이 존재하긴 할까. 몇 세기 동안 인종문제는 풀리지 않는 난제였다. 이 단어는 지금까지 수많은 갈등과 분쟁을 발생시켰고, 그 결과 수많은 사람들을 희생시켰다. 그리고 오늘날에도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여전히 세계 각지에선 폭력과 차별이 일어나고, 세기가 거듭될수록 이 문제는 더욱 악화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인종차별이 왜 일어나는지, 도대체 인종이라는 단어는 어디에서 왔는지 고민해봐야 한다. 2를 읽고, 나는 인종주의를 '우리'에서 왔다고 생각했다. '우리'라는 단어 자체는 너무나 아름다운 말이지만, 나는 이 단어 속에 '담장'이 있다고 생..
누가 <루디>를 만들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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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2010년 도서 『루디(현장 비평가가 뽑은 올해의 좋은 소설 2010)』에 대한 평론으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1를 읽고, 문득 박찬욱 감독의 영화들이 떠올랐다.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복수는 나의 것』 등 그의 영화는 '루디'와 어느 부분 서로 맞닿아있다. 그것은 바로 '처절한 복수'다. 이 소설에도 박찬욱 감독의 영화처럼 복수의 플롯이 깔려있다. 자신을 괴물로 만든 세상에 복수하는 루디와 그런 루디에게 처절하게 맞서 싸우는 과정에서 결국, 루디와 다를 바 없었던 주인공의 모습은 이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2루디는 잔인하고 냉혈하다. 남의 고통은 물론, 자신이 받는 고통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사이코패스 같은 그의 모습은 주인공의 평범한 일상을 엉망으로 만..
왜 사람들은 <변희봉>을 볼 수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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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2010년 도서 『변희봉(2010 제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에 대한 평론으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1변희봉은 대한민국이 자랑하는 배우 중 한 명이다. 그는 주연이든, 조연이든 극 중 역할에 대한 몰입력이 어마어마하다. 그 때문에 그는 변희봉이 아니라 극 중 인물, 그 자체인 것 같다. 『괴물』, 『공공의 적 2』, 『선생 김봉두』, 『더 게임』 등 그는 학교 이사장, 한글을 배우는 노인, 모자란 아들을 둔 아버지 등 몰입도 높은 연기로 늘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의 연기를 색깔로 표현하자면, 한두 가지의 색으로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매번 다채로운 연기를 선보였다. 그랬던 그가 이번에는 문학작품에 등장했다. 2은 주인공인 '만기'가 변희봉을 만나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