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리뷰를 작성하게 되었다
맨날 시와 독서후기, 평론만 올리다가 맛집후기를 올리게 되니,
무엇인가 마음의 부담이 덜하고 기분이 좋다
(썸네일을 한 번 만들어보았다. 고급스럽다. 칭찬받고 싶다)
이번에는 용인 죽전동 맛집이라고 소문난 곳에 다녀왔다
원해서 간 건 아니고 형 따라 점심 먹으러 가게 된 식당인데
개인적으로 용인에서 제일 으뜸가는 맛집으로 소문내고 싶은 곳이다
다른 후기와 마찬가지로 이 포스팅 역시 어떤 대가를 받지않은 순수한 후기다
(위 부분은 원래 존대말로 해야하는 데 뭔가 어색해서 그냥 반말로 했다. 인성탓이 아니다)
상호명 : 춘향골남원추어탕 죽전점
방문일자 : 2017년 11월 25일
장소 :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죽전동 475(분당번성교회)
지불금액 : 형님에게 빌붙어 먹음(그래서 더 맛있었다)
사실 요즘 포스팅에서 볼링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그렇다. 나는 볼링고X가 되고 말았다. 내가 가지고 있는 주식처럼 볼링점수도 폭락했다.
볼링칠 때 폼도 엉망이고, 볼링공 던지는 방향도 엉망이지만
이제는 볼링점수도 엉망이 되어버렸다.
아무래도 내 손이 엉망이었나보다.
소중한 걸 잃은(?) 슬픔을 뒤로하고 볼링을 치던 형과 함께
용인 죽전동에 위치한 추어탕집으로 점심겸 저녁을 먹으러 갔다
형 말로는 용인 죽전동 맛집으로 소문이 자자하다고 하는데,
어째서 돈가스 먹자고 했던 사람이 날 추어탕집으로 데려왔을까?
아하- 돈가스 패를 줘야하는 데 추어탕 패로
밑장빼기를 한 거였구나. 오함마를 꺼내야 하나보다.
일단 식당 내부 전경이다. 깔끔하고 위생적이다.
들어가자마자 사장님이 버선발로 친절하게 맞이해주셨다.
하지만 기분이 좋지 않았다. 볼링을 못 치니까.
원래 사진찍을 때 예의상 사람이 안나오게 찍는다.
그런데 기분이 안 좋으니까 그딴 거 신경 안 쓰기로 했다.
볼링을 못치니까.
자리에 앉아서 메뉴판을 보니 전부다 미꾸라지가 들어가있다.
볼링을 못쳐서 추어탕집에 오게 되었나보다. 모든 게 볼링때문이다.
그런데 같이 온 형이 여기 추어탕은 하나도 비리지 않고 맛이 좋다며
다시 한 번 용인 수지 맛집 중에서 유명한 곳이라고 강조한다.
나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비려서 추어탕 못 먹는다고.
귀 구멍에도 살이 쪄서 안 들리는 거 아니냐고.
밥 먹으러 식당왔다가 먼지나게 맞을 뻔 했다.
더치페이로 내야하는데 형이 마구잡이로 추어탕이랑 추어튀김이랑 추어만두를 시켰다.
욕하고 싶었다. 사실 속으로 쌍욕을 하고 있었다. 더치페이가 아니라 더티페이같다.
그런데 형이 돈을 낸다고 한다. 갑자기 기분이 좋아진다.
가격표를 보니 더 기분이 좋아진다.
내가 기분이 좋아질수록 돈내는 형의 기분이 안 좋아진다. 신기하다.
쪼잔한 형이 기어이 추어만두를 취소했다.
나는 요즘같은 겨울에는 메밀 물 막국수와 메밀전병을 먹어야 한다고 우겼다.
형한테 김치로 맞을 뻔 했다.
감사하게도 사장님이 메밀전병이 참 맛있다고 꼭 먹어보라고 했다.
물론 돈 내고 먹으라는 말이다.
결국 형이 우거지상을 지으며 메밀전병을 시켰다.
그리고 병자로 끝나는 욕을 마법주문처럼 계속 중얼거렸다.
더욱더 기분이 좋아졌다.
아무리 형에게 얻어먹는 공짜밥이라고 하더라도 못 먹는 음식인데 어떡하나 싶었다.
그런데 그때 주문했던 음식들이 하나 둘 씩 나오기 시작했다.
고소하고 맛있는 냄새가 코와 입을 유혹했다.
그, 그래 한 입만 먹어보는거야.
알다시피 추어탕을 못 먹는 사람은 특유의 미꾸라지 비린내때문에 못 먹는다.
그런데 여기는 다르다. 정말 다르다.
6천원짜리 순대국보다 얼큰하고
1만 2천원짜리 도가니탕보다 국물이 진하고 고소하다.
〃
비린맛이 전혀 나지 않는다
〃
추어탕 못 먹는 사람들도, 아이들도 누구나 좋아할만한 맛이다.
이 맛있는 추어탕을 맛본 형의 기분이 갑자기 좋아진다.
특이하게도 돌솥밥이 나왔다.
돌솥안에 향 좋은 흑미밥이 있었다.
나는 돌솥밥을 먹을 때 3분의 2만 덜어내고 일부러 물을 더 넣어 끓인다.
그러면 누룽지탕을 더욱 풍부하게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9천원이라는 가격에 돌솥밥과 추어탕 정식이 나오는 게 신기하다.
사장님이 돈을 별로 안 좋아시나보다.
나는 돈이 좋다. 그리고 앞으로 추어탕도 좋아지게 될 것 같다.
돌솥밥에 물을 넣고 나서는 뚜껑을 살짝 열어놔야 한다.
그런데 멍청한 형이 계속 뚜껑을 닫았다.
결국 형 돌솥밥이 나로호처럼 하늘을 날았다.
다시 형의 기분이 안 좋아졌다.
내 기분이 더욱 좋아진다.
아, 그리고 추어튀김과 메밀전병이 나왔다.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 난다. 개인적으로 탕수육보다 훨씬 맛있었다.
그런데 둘이서 먹기에 너무 많은 양을 주셨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사장님이 돈을 별로 안 좋아하시나보다.
추어튀김과 메밀전병만 시켰는데 사장님이 뭔가 이것저것 더 주셨다.
아마도 궁상맞은 우리 둘이 뭔가 불쌍해보였나보다.
그런데 형은 자랑스럽게 자기가 잘 생겨서 더 줬다고 한다.
추어탕이 관절에도 좋고, 피부에도 좋고, 시력에도 좋다고 하는데
이 형한테는 별로 안 좋은 거 같다. 시력과 청력을 포기하고 싶다.
추어탕을 못 먹겠다고 한 놈이 어째서 공기밥을 추가했을까.
너무나 맛있었기 때문이다.
왜 형이 들어올 때부터 용인 죽전동 맛집이라느니, 수지 맛집이라니 떠들 때
왜 그런지 몰랐으나 맛을 보니 이제야 수긍이 간다.
2명이서 3만원이면 맛있는 정식에 튀김에 음료수까지 먹을 수 있다.
겨울에 쓰잘때 없는 칼질하지 말고 따끈따끈한 보양식을 먹는 걸 추천한다.
결국 싹싹 비벼서 다 먹어버렸다.
둘 다 원래 한 덩치를 하는지라 모두 다 체내에 흡수시켜버렸다.
사장님이 맛있게 먹어줘서 고맙다며 함박웃음을 지어보였다.
실제로 이 블로그를 쓰면서 다른 포스팅 내용들도 봤는데
용인 맛집으로 여기를 추천한 사람들이 대부분
가격이 좋다, 맛이 좋다도 있었지만 사장님이 너무 친절하다고 평가했다.
다 먹고 밖을 나오니 추운바람이 따스하게 느껴진다.
좋은 겨울 보양식 먹었다고 벌써부터 힘이 불끈불끈 솟는다.
배도 너무 부르겠다. 형이랑 다시 볼링을 치러 가기로 했다.
결과는 대승
미꾸라지를 먹어서 그런지, 기분이 좋아져서 그런지 잘 모르겠지만
남원추어탕 한 그릇을 먹고나니 즐거운 일이 늘어났다.
이 추운 계절 소중한 사람에게 따뜻하고 힘나는 보양식을 먹이고 싶다면,
또 저렴한 가격에 양도 많고 인심좋은 맛집을 찾고 있다면
용인 죽전동 맛집을 찾아보고 있는 사람이라면
춘향골남원추어탕 죽전점을 강력추천한다. 끝
궁금한 점은 덧글, 이메일로도 언제든지 환영!
(읽고 바로바로 답장한다고는 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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