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리가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퍼즐과 함께하는 즐거운 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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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2013년 도서 『퍼즐과 함께하는 즐거운 논리』에 대한 평론으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1나는 논리가 어려웠다. 단순히 어려운 것이 아니라 '논리'라는 단어, 그 자체에 거리감이 있었다.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말을 하고, 글을 쓰는 일은 학벌 좋은 지식인들에게만 국한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 주장이 논리적이지 않을 것 같아 타인과의 무게감 있는 대화를 피한 적도 있었다. 어째서 논리를 그렇게 어려워했을까. 그것은 바로 논리가 일반인이 배우기 어려운 학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논리를 지식으로 착각한 것이다. 지식이란 누적된 학습이 근간이지만, 논리란 만물과 만물사이에 발생하는 모든 관계다. 말 그대로 지식은 많이 배운 사람들의 이야기보따리 같은 것이지만, 논리란..
<물의 무덤>에서 깨어난 검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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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2010년 도서 『물의 무덤(현장 비평가가 뽑은 올해의 좋은 소설 2010)』에 대한 평론으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1누구나 반복되는 일상 속에 살고 있다. 때때로 일탈을 꿈꾸더라도 결국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기 마련이다. 마치 멈출 수 없는 계절의 순환처럼 우리의 결말은 이미 정해져 있다. 에 등장하는 주인공 또한 마찬가지다. 그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습관처럼 어머니의 요강을 비운다. 그런데 어느 날, 요강을 비우고 양치질을 하는데 갑자기 사랑니 하나가 '툭'하고 빠져버렸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작은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그리고 이 사건은 그의 평범한 삶에 큰 변화를 가져다준다. 사실 그의 하루는 결코 평범하지 않다. 사랑니가 빠진 일 외에도 누군가 자신의 자동차 사이드미러를..
<안녕, 인공존재!> 나는 어떤 존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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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2010년 도서 『안녕, 인공존재!(2010 제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에 대한 평론으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1이경수와 신우정은 절친했다. 그냥 절친한 사이가 아니라 주변 사람들이 불륜으로 오해할 정도였다. 그러나 신우정의 남편은 이경수와 친했고, 이경수의 부인 역시, 신우정을 언니라고 부르며 따를 만큼 서로의 배우자들도 둘의 사이를 이해했다. 그럼에도 정작 두 사람은 주변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다만 신우정이 자살한 후, 그녀의 남편이 이경수에게 그 이유를 물어봤을 만큼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2는 발명가였던 신우정이 자살한 후, 그녀의 유작이 이경수에게 전해지면서부터 시작한다. 그녀가 남긴 작품은 전원 공급장치가 달..
과연 <인종주의는 본성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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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2011년 도서 『인종주의는 본성인가』에 대한 평론으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1인종이란 단어는 어디에서 왔을까. 정말 인종이라는 것이 존재하긴 할까. 몇 세기 동안 인종문제는 풀리지 않는 난제였다. 이 단어는 지금까지 수많은 갈등과 분쟁을 발생시켰고, 그 결과 수많은 사람들을 희생시켰다. 그리고 오늘날에도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여전히 세계 각지에선 폭력과 차별이 일어나고, 세기가 거듭될수록 이 문제는 더욱 악화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인종차별이 왜 일어나는지, 도대체 인종이라는 단어는 어디에서 왔는지 고민해봐야 한다. 2를 읽고, 나는 인종주의를 '우리'에서 왔다고 생각했다. '우리'라는 단어 자체는 너무나 아름다운 말이지만, 나는 이 단어 속에 '담장'이 있다고 생..
누가 <루디>를 만들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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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2010년 도서 『루디(현장 비평가가 뽑은 올해의 좋은 소설 2010)』에 대한 평론으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1를 읽고, 문득 박찬욱 감독의 영화들이 떠올랐다.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복수는 나의 것』 등 그의 영화는 '루디'와 어느 부분 서로 맞닿아있다. 그것은 바로 '처절한 복수'다. 이 소설에도 박찬욱 감독의 영화처럼 복수의 플롯이 깔려있다. 자신을 괴물로 만든 세상에 복수하는 루디와 그런 루디에게 처절하게 맞서 싸우는 과정에서 결국, 루디와 다를 바 없었던 주인공의 모습은 이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2루디는 잔인하고 냉혈하다. 남의 고통은 물론, 자신이 받는 고통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사이코패스 같은 그의 모습은 주인공의 평범한 일상을 엉망으로 만..
왜 사람들은 <변희봉>을 볼 수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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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2010년 도서 『변희봉(2010 제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에 대한 평론으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1변희봉은 대한민국이 자랑하는 배우 중 한 명이다. 그는 주연이든, 조연이든 극 중 역할에 대한 몰입력이 어마어마하다. 그 때문에 그는 변희봉이 아니라 극 중 인물, 그 자체인 것 같다. 『괴물』, 『공공의 적 2』, 『선생 김봉두』, 『더 게임』 등 그는 학교 이사장, 한글을 배우는 노인, 모자란 아들을 둔 아버지 등 몰입도 높은 연기로 늘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의 연기를 색깔로 표현하자면, 한두 가지의 색으로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매번 다채로운 연기를 선보였다. 그랬던 그가 이번에는 문학작품에 등장했다. 2은 주인공인 '만기'가 변희봉을 만나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
들장미의 종말을 <웬 아이가 보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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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2010년 도서 『웬 아이가 보았네(현장 비평가가 뽑은 올해의 좋은 소설 2010)』에 대한 평론으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1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은 무엇일까. 나는 자신 있게 장미라고 생각한다. 누군가에게 특별한 선물을 할 때 가장 먼저 생각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장미는 왜 아름다울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나는 가시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가시가 있어야 아름다운 꽃. 많은 사람들은 장미에 난 가시가 얼마나 슬픈 의미인지 잘 알지 못한다. 는 바로 이 장미와 가시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같다. 이 소설은 한 아이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아이는 예술인 마을에 살고있다. 아이가 바라보는 예술인 마을은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 붉게 타오르는 석양, 달빛으..
수많은 착각 속에서 <가끔은 제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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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2012년 도서 『가끔은 제정신(우리는 늘 착각 속에 산다)』에 대한 평론으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1우리는 수많은 착각 속에 살고 있다. 만약 당신이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그 생각 또한 착각일 수 있다. 반대로 모든 것을 착각하고 있다는 생각도 역시 착각일 수 있다. 그렇다면 어디까지가 착각이고, 착각이 아닐까. 앞서 말한 우리가 수많은 착각 속에 살고 있다는 것은, 우리 스스로 객관적인 사고를 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어쩌면 당연한 소리다. 인간이 생각을 한다는 그 자체가 지극히 주관적인 것을 표방하기 때문이다. 은 우리가 지금껏 진실이라고 믿었지만 사실 착각이었던 사례들을 이야기하면서, "너, 속았구나!"라고 질책하거나 조롱하는 대신, "그럴 수 있어."라고 이해하면서 이..
<탁류> 남성인물들을 통해 본 가족주의 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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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론문학 작품에는 작가가 그 작품을 지을 당시에 가졌던 사상이나 가치관들이 담겨있기 마련이다. 또한 그러한 문학 작품을 읽는 독자들도 작품을 통하여 사상과 가치관을 느낄 수 있으며, 어떤 작품은 사회적으로 하나의 사상과 가치관이 되기도 한다. 문학은 그 시대를 관통하는 대중적 경향이나 이른바 '지식인' 집단이 가진 이슈가 어떤 것인지 알 수 있는 하나의 자료로서도 가능하게 된다. 이러한바 문학 작품을 연구하는 것은 작가가 가진 작품의 창작 동기나 작가 자신이 펼치고자 한 여러 가지 의견들을 알아낼 수 있다. 또한 이러한 것들은 여러 문학적 기법을 통해서 담겨 있기 때문에 읽는 사람마다 그 해석이 다를 수 있다. 이러한 특징은 문학작품이 가진 매력 중 하나라고 손꼽을 수 있다. 이 글에서는 채만식의 ..
'광장'과 '밀실'이 갖는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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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1960년 도서 『광장』에 대한 평론으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언제 죽는지 아무도 모른다. 또, 우리는 어디인가에 살고 있지만 동시에 어딘가로 방황한다. 마음에는 온갖 욕망과 규율 앞에서 끊임없이 갈등한다. 욕망을 깰 것인가. 아니면 그 욕망을 표현하여 사회적인 이단아로 자리 잡을 것인가는 아마 인간 최대의 과제이다. 우리는 끊임없이 세상에 나가고 싶어 하고, 동시에 자신의 생각과 안위만을 고집하며 살고 싶어 한다. 세상을 하나의 광장으로 본다면, 밀실은 자신과 주위이다. 물론, 모든 세상이 광장도 아니고 자신과 주위가 밀실이지만은 않다. 이 글에서는 최인훈 작가의 을 통해 바로 이러한 광장과 밀실의 관계를 알아보고, 나아가 인간이 다다라야 할 점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자 한..